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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잡스의 상상력 따라하기 [2011.10.19]

작성자
isrc isrc
작성일
2017-02-09 02:58
조회
74
트랜잭티브 메모리의 시대 활짝
단순기억 활용보다 창의력 필요

애플 스티브 잡스의 서거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부침을 반복하던 애플을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살려내 정점에 올려놓고 떠났다. 혹자는 잡스 없는 애플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한다. 잡스가 남긴 업적이 무엇이냐고 네티즌에게 물었더니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 그리고 그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답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인간은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이 기억 속의 요소를 조합하고 활용해 새 아이디어를 기획한다. 교육학의 많은 이론에서 단순 암기보다는 이해력과 활용능력이 중요함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기억을 하는 데 있어서 사실을 그대로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학습했던 교과서의 어느 부분에 내가 필요한 공식이 있는지를 기억하기도 하고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다른 팀원 누구에게서 받을 수 있는지를 알고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요청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이렇게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는 기억을 ‘트랜잭티브 메모리’라고 한다. 1985년에 하버드대학의 대니얼 웨그너 교수가 정리해서 발표한 개념이다. 사람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각 개인이 스스로의 기억에 의존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종합해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복잡다단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기는 어렵다. 특히 자기의 전문분야가 아닌 경우에 어디서 그 지식을 찾아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 자체도 중요한 기억이라는 것이다. 우리말로 번역하기 쉽지가 않지만 트랜잭티브라는 말을 상호 간의 교환을 통한 활성화라고 직역을 해서 교환활성기억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인터넷 서치 엔진이 발달하면서 현대인은 궁금한 것을 인터넷에서 찾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인터넷이 우리의 궁금함을 실시간으로 풀어주는 거대한 트랜잭티브 메모리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트랜잭티브 메모리로서의 인터넷이 우리의 기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대학생 참여자에게 새로운 상식이 될 만한 문장을 컴퓨터에 입력하도록 하고 얼마나 기억하는지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는 입력 내용이 컴퓨터에 저장이 되고 있다는 실험 조건을 알려 주었고 다른 그룹에는 입력 내용이 저장되지 않는다는 실험 조건을 부여했다. 입력을 마치고 나서 입력했던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테스트를 했는데 지워진다는 조건을 받았던 그룹의 대학생들은 저장된다는 조건의 대학생보다 그 내용을 40% 이상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 저장된다는 조건을 받았던 그룹은 정보가 계속 저장돼 있다는 확신을 갖고 무의식적이었겠지만 기억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본인의 전문성보다도 여러 분야의 지식을 융합해 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트랜잭티브 메모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점들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트랜잭티브 메모리는 기억활용 창의력의 전제조건이지 그 결과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기 울고 있는 매미의 종류와 삶이 어떤지를 인터넷 곤충사이트에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는 것만을 기억해서는 매미의 울음소리에 숨어있는 슬픔을 느끼고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 저기 울고 있는 늦털매미는 참나무에 주로 서식하는 황갈색 매미로 그 소리가 다른 매미보다 더욱 금속성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감수해야 상상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트랜잭티브 메모리만으로 스티브 잡스 같은 오만과 독선을 발휘할 수 없다. 트랜잭티브 메모리로서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그 기제와 프로세스에 관해 잡스식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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