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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괴담의 네트워크 [2011.11.24]

작성자
isrc isrc
작성일
2017-02-09 02:58
조회
83
광우병… 선거… 괴담에 쌓인 사회
온라인 정보 분석해 수용해야

촛불문화제부터 서울시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광우병 논란부터 여고생 괴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을 보면서 앞으로 네트워크 사이언스에서 연구돼야 할 내용이 정말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집단의 일원으로 사회활동을 한다. 혈연·지연·학연에 신경을 쓰고 선후배, 동료와의 연계가 두터워야 친구가 많고 출세를 한다고 한다. 아주 친한 친구와 우연한 계기로 싸우고 인연을 끊게 되면 사회적 네트워크의 일부를 잃었다고 외로워한다. 그런데 네트워크 사이언스의 ‘약한 연계(weak ties)’이론에 의하면 슬퍼할 필요가 없다. 친근도가 높고 만남의 빈도가 높은 ‘강한 연계(strong ties)’보다도 약한 연계가 실제로는 개인에게 더 필요하고 사회구조의 안정성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를 들면 이직을 할 때 친한 친구의 도움보다는 몇 번의 면식이 있는 약한 연계를 통한 정보나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는 그라노베타 교수 팀의 연구가 이론의 시발점이다. 핀란드 오넬라 교수 연구팀이 최근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심층 분석했는데, 휴대전화 네트워크에서 약한 연계를 제거하면 네트워크가 붕괴돼 정보가 흘러가지 못하게 되는 데 비해 강한 연계는 제거된다고 해도 네트워크 전체의 구조는 유지되고 정보의 흐름에도 영향이 없었다. 약한 연계는 여러 사회 그룹을 연결하는 장기적 상호연계인 반면 강한 연계는 그룹 내의 개인을 연결하는 단기적 상호작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다른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연구도 있다. MIT 센토라 교수 팀은 ‘행태의 전파(contagious behavior)’에 관해 연구하면서 네트워크의 구조적 차이를 조사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무작위(random) 네트워크’와 ‘뭉치(clustered) 네트워크’로 분류하는 실험을 했다. 무작위 네트워크는 개인이 무작위로 연계된 비교적 균질한 네트워크이고, 뭉치 네트워크는 군데군데 소 그룹 뭉치가 형성된 네트워크이다. 회원수가 충분히 늘어난 후 각각의 네트워크에서 행태가 전파되는 양상을 관찰한 결과, 무작위 네트워크보다 뭉치 네트워크에서 행태의 전파속도가 네 배 이상 빨랐다. 아울러 뭉치 네트워크에서는 약 54%의 인구에 행태변화가 일어났는데, 무작위 네트워크에서는 38% 정도만 행태변화를 일으켰다. 뭉치 네트워크에서 가까운 동료간의 사회적 영향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던 것이다.

정보에는 단순한 형태와 복합적인 형태가 있다. 정보의 전파범위가 넓고 신속한 점을 강조하는 약한 연계는 구직정보와 같은 단순한 정보의 신속한 전달에 있어서 유리하다. 반면 행태의 변화와 같이 정보의 복합분석이 필요한 상황은 그 경우를 달리한다. 한 사람의 정치적인 의견이나 행태가 바뀌기 위해서 복합적인 정보처리가 필요한데, 문제는 온라인의 약한 연계를 통해 개인에게 전달되는 정보들은 속도는 빠르지만 복합돼 있지 못하고, 더군다나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정보라는 점이다. 여러 통로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고 이를 모아 복합적 분석을 통해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한 정보를 접하고 생각을 바꾸는 경우도 있겠지만 스스로 분석하고 이해해야 마음과 행태를 바꾸는 존재가 호모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많은 사람이 여러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개인의 종합적 분석력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흘러 다니는 괴담에 실시간으로 흔들리지 말고 정보를 모아 종합하고 분석해야 한다. 일시적 불확실성을 참아내는 톨레랑스가 필요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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