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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脫통신하는 통신사업자들 [2012. 7.31]

작성자
isrc isrc
작성일
2017-02-09 03:01
조회
80

[기고] 脫통신하는 통신사업자들 / 이정우


입력 : 2012.07.31 22:41



스마트 사회 이끈 통신업계 3사 수익성 악화로 사업다각화 모색


위험 분산 위해 망 투자 줄일 것, 인프라 약해지면 국가적 위험 초래



회식을 하다가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의를 하다가도 책상 밑에서 휴대폰 메시지 확인을 한다. 친구나 연인끼리 커피숍에서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도 익숙하고, 보행자용 투명앱까지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생활 전반에 침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3년 남짓이다. 스마트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내는 데 통신사업자들은 많은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통신사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탈()통신을 선언하고 있다. 업종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새롭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행복한 상황이지만 여유 자금으로 복에 겨운 사업 다각화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코스피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3.7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통신 3사는 같은 기간 동안 시가총액이 대략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신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미래의 어려움을 시장이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발표한 통신사업자들의 LTE 투자 규모는 5조원대에 이른다.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고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새로운 망에 투자해야 하는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반면에 가입자 유치 경쟁은 심화되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데이터 폭증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부담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버라이즌은 데이터 공유요금제를 선보이면서 1기가바이트 데이터 용량에 10만원이 넘는 수준으로 요금을 높였고, AT&T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기업 활동의 자유이다. 기업 경영에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은 위험을 분산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신 네트워크는 국가 기간망이다. 국가 안보나 국민 편익에서 모두가 기대는 필수 기간 인프라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경영 상황 개선이 실패한다면 기간망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수익성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다각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통신망 중심 사업모델을 벗어난 이상 통신망 투자에 이전보다 소극적일 것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통신 인프라는 여러 가지 새로운 비즈니스들을 가능토록 만들었고 이러한 서비스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들이 함께 어우러져 지금 우리나라는 미래형 비즈니스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마트사회로의 전환을 받쳐주고 있는 근간이 통신인프라이다.


통신사들의 경영 악화가 계속되어 다른 산업으로 외도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국가 기간망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느려진다면 개인 간 통신의 서비스 품질이 유지되지 못하는 불편 정도가 아니라 국가 전체 지식 정보의 흐르는 속도가 늦어지거나 끊어지는 위험을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올림픽을 불과 2주 앞둔 지난 711, 영국에서는 이동통신사 O2의 통신 서비스가 24시간 동안 불통되는 사건이 있었다. 프랑스의 이통사 오렌지도 769시간이 넘게 블랙아웃됐다.


대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통신비 인하 공약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는 복지성 공약이지만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우리의 통신망을 어떻게 기간 인프라로, 미래형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 통찰과 분석에 근거한 정책만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 복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공약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중 일부만 실현되어도 우리의 미래를 충분히 밝혀 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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